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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과 환경 보호: 자연을 지키는 우리의 자세

by 본티스토어 2025. 4. 7.

바위 위를 오르며 느끼는 짜릿한 성취감, 탁 트인 자연에서 누리는 자유로움은 클라이머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이 자연도 우리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인해 조금씩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클라이밍은 자연을 벗 삼아 즐기는 스포츠이기에, 환경 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클라이밍과 환경 보호: 자연을 지키는 우리의 자세
클라이밍과 환경 보호: 자연을 지키는 우리의 자세

 

이번 글에서는 자연 속에서 클라이밍을 할 때 지켜야 할 환경 보호의 기본 원칙과 올바른 에티켓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접근성과 바위 보호: 우리가 지나온 그 길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클라이밍을 즐기기 위해 바위가 있는 지점까지 이동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많은 클라이머들이 이 과정에서 별다른 고민 없이 임도나 풀밭, 숲길을 따라 걷곤 하지만, 사실 이 이동 과정에서의 작은 실수가 토양 침식, 식생 훼손,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바위에 오르기 전, 지나가는 그 길 하나하나도 자연의 일부이며, 충분히 보호받아야 할 공간입니다.

특히 인기 있는 클라이밍 지역일수록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 비공식적인 ‘사회적 등산로’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비공식 경로는 종종 희귀 식물 군락지나, 부식되기 쉬운 흙길을 가로지르며, 장기적으로는 토양이 유실되고 바위 주변의 생태계가 무너지는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클라이머는 반드시 기존에 마련된 공식 접근 경로를 따라 이동해야 하며, 임의로 지름길을 만들거나 기존 경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만약 경로가 명확하지 않다면, 이미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예를 들어 풀밭이 눌려 있는 길, 바닥이 단단하게 굳어 있는 길—을 따르되, 그조차도 식생 훼손이 우려된다면 지역 클라이밍 커뮤니티나 관리자에게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전에 정보를 확인하고, 지역별 가이드북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접근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때로는 지역 환경보호단체에서 지정한 이동 동선이나 암벽 진입로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경우도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클라이밍 도중 바위의 접근 면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클리어링(clear brushing)이라고 불리는 작업은 손잡이나 발 디딤을 확보하기 위해 이끼, 낙엽 등을 제거하는 행위인데요, 이 또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해당 바위의 생태적 가치를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이끼나 지의류는 단순한 이물질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자라난 식물로, 지역 생물다양성에 큰 역할을 합니다. 단 몇 초 만에 제거되는 이끼 위에는 곤충, 포자류, 미생물 생태계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무분별한 제거는 생태계 파괴로 직결됩니다.

또한 초크 사용 역시 환경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입니다. 클라이머들은 초크를 사용해 손의 땀을 흡수하고 미끄러짐을 방지하지만, 무분별한 사용은 바위에 하얀 자국을 남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바위 표면에 고착되어 자연 경관을 훼손합니다. 더군다나 바위에 따라서는 초크가 미세한 균열 속으로 스며들어 암석의 풍화를 가속화할 수도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액상 초크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클라이밍이 끝난 후에는 부드러운 브러시나 칫솔 등으로 초크 자국을 닦아주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이 작업은 다른 클라이머를 위한 배려일 뿐 아니라, 자연과의 최소한의 약속을 지키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암벽 주변에서 슬랩(쉬운 경사면)을 걸어 올라가거나 무리하게 주변 바위 사이를 지나가는 행동도 삼가야 합니다. 특히 어린 나무들이 자라는 지역이나, 암석 주변에서 야생동물의 흔적(예: 둥지, 배설물, 발자국 등)이 발견될 경우, 그곳은 클라이머가 피해야 할 민감 지역일 가능성이 큽니다. 클라이밍은 도전이 중요하지만, 환경과의 균형 속에서만이 진정한 스포츠로서의 가치를 지닙니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다녀간 루트와 바위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여 온라인 커뮤니티나 지역 환경보호 단체와 공유하는 것도 매우 좋은 실천입니다. 예를 들어 “이 바위에는 아직 이끼가 많이 남아 있고 민감한 식물이 주변에 자생하고 있다”는 정보를 공유하면, 이후 방문하는 클라이머들이 더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 있게 됩니다. 정보 공유를 통해 공동체 전체가 더 나은 클라이밍 문화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클라이밍을 하며 밟는 땅, 오르는 바위 하나하나가 단순한 운동 공간이 아니라 생명이 깃든 생태계의 일부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지나온 그 길이 곧 자연이고, 그 길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클라이밍 환경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쓰레기와 배설물 처리: 흔적을 남기지 않는 책임 있는 클라이머

“자연에 머문 흔적은 사진 한 장뿐이어야 한다”는 말은 클라이밍을 포함한 모든 아웃도어 활동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윤리입니다. 하지만 클라이밍 현장에서는 여전히 크고 작은 쓰레기들이 발견되며, 심지어는 생리대나 배설물까지 방치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우리가 자연을 오롯이 즐기기 위해선, 그 공간에 어떠한 인간의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것은 모든 쓰레기의 수거입니다. 흔히 간식 포장지나 텀블러 뚜껑처럼 작고 가벼운 물건들은 “잠깐 떨어졌겠지” 하고 지나치기 쉬운데, 이러한 작은 플라스틱 하나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입니다. 야생동물이 이를 먹이로 착각해 삼키거나, 비바람에 쓸려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쓰레기는 개인용 쓰레기 봉투를 따로 지참해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며, 주변에 눈에 띄는 쓰레기가 있다면 내 것이 아니더라도 함께 수거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특히 식물성 껍질이나 과일 씨앗 같은 유기물도 버리면 안 됩니다. 흔히 자연에서 분해된다고 생각하는 바나나껍질이나 오렌지 껍질도 실제 분해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이들이 동물의 먹이가 되면 생태계 균형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쓰레기의 분해 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자연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더 민감한 문제는 바로 배설물 처리입니다. 클라이밍 지역 중 일부는 수 킬로미터 떨어진 외진 장소에 위치해 화장실 접근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Leave No Trace(흔적 남기지 않기) 원칙에 따라 적절하게 배설물을 처리하는 자세입니다. 가능하다면 WAG Bag(배설물 수거용 전용 봉투) 같은 제품을 휴대해, 대변을 봉투에 담아 함께 수거해 나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입니다.

부득이하게 야외에 묻어야 할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지켜야 합니다:

최소 20cm 이상 깊게 구덩이를 파야 하며, 비가 내려도 유실되지 않는 장소를 선택해야 합니다.

물이 흐르는 계곡, 샘터 등 수원지로부터 최소 60m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처리해야 합니다.

휴지는 반드시 태우거나, 봉투에 담아 함께 수거해야 합니다. 흙 속에 묻는 것은 오염 확산의 원인이 됩니다.

또한 여성 클라이머의 경우 생리 기간에 클라이밍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면, 생리대나 탐폰 등 개인 위생용품도 절대 버리지 말고 지퍼백 등에 밀봉해 수거하는 것이 기본 예의입니다. 일부 클라이머들은 이 문제에 대비해 패브릭 생리대, 생리컵 등 재사용 가능한 제품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실천은 단순히 개인의 청결이나 이미지 관리 차원을 넘어, 우리가 즐기는 장소를 다음 사람과 공유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남긴 쓰레기와 배설물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고, 결국 클라이밍 지역의 폐쇄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역 사회와의 공존: 존중은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클라이밍이 가능한 지역은 대부분 지자체, 마을 공동체, 또는 사유지로 관리되고 있으며, 이 지역 사회와의 관계는 클라이밍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우리는 자칫 클라이머가 아니라 ‘무단 침입자’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어떤 지역에서는 클라이머들이 논밭을 가로질러 이동하거나, 사유지 담을 넘는 등 무단 접근을 하는 바람에 지역 주민과의 마찰이 심해졌고, 결국 그 지역이 클라이밍 금지구역으로 전환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지 소수의 부주의한 행동 때문일 수 있지만, 그 책임은 결국 클라이머 전체에게 돌아온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지역별 클라이밍 커뮤니티에서 제공하는 정보나 공지사항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수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철새 보호를 위한 시즌별 폐쇄 구간이나, 사찰 인근 조용한 접근을 위한 이동 시간 제한 등이 적용되기도 하므로, 이러한 정보를 숙지하지 않고 방문하면 의도치 않게 지역 환경이나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게 됩니다.

또한 주차 문제도 갈등을 유발하는 주요 요소입니다. 마을 입구나 농로, 좁은 골목 등에 무단으로 주차하는 것은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며, 응급 상황 발생 시 구조 차량의 접근을 막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지정된 주차장을 이용하고, 별도의 공간이 없다면 차량을 여러 대가 아닌 카풀로 이동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입니다.

이 외에도 야영, 취사, 음주, 흡연 등은 지역 주민에게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행동입니다. 클라이밍이 끝난 후 조용히 정리하고, 쓰레기 없이 떠나는 모습은 다음 클라이머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깁니다. 반대로 음주 가무나 소란스러운 행동은 전체 커뮤니티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지역 사회와의 적극적인 협력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에서는 클라이머들이 모여 쓰레기 줍기 활동, 등반로 정비, 지역 상권 이용 캠페인 등을 진행하며 주민들과의 관계를 개선한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자연을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지역에 기여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면, 클라이밍 문화는 더욱 건강하게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결국, 클라이머로서의 성숙함은 단지 암벽 위에서의 실력으로만 판단되지 않습니다. 지역 주민과 자연을 동등하게 존중하는 태도, 그리고 함께 살아가려는 공존의 철학이야말로, 진정한 아웃도어인의 자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클라이밍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이끌어내는 활동입니다. 바위 하나하나, 나무 한 그루, 작은 풀잎까지 우리의 손길이 닿는 모든 자연물은 존중받아야 할 존재입니다. 클라이밍을 즐기며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단지 우리가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고,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오늘의 클라이머가 내일의 자연을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으로, 우리 모두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클라이머가 되기를 바랍니다.